농심그룹이 '신라면' 하나로 대기업 반열에 들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 것이다. 식품업체로는 유일하다.

농심은 그러나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간 계열사 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도 대기업 집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어서다.

올해부터 주요 경영 사항 공시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직접 적용받게 됐다.

2일 농심과 재계 등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를 지배회사로 농심, 율촌화학 등 상장사 4개, 비상장사 21개 등을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공정자산총액은 5조500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심홀딩스는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회장이 42.92%로 최대주주며,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13.18%를 갖고 있다.

총수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율촌화학, 농심미분, 태경농산 등의 계열사는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단계를 수직 계열화해 내부거래 의존도가 30~5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직접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농심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신동윤 부회장(13.93%)이 최대주주로 있는 율촌화학은 총 매출 5125억원 가운데 특수관계자를 통해 올린 매출이 2015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39.3%로 나타났다.

신라면 포장재 등을 납품으로 농심에서만 1768억원 매출을 올렸다.

쌀가루 제조 및 판매 회사 농심미분은 지난해 137억원 매출 중 27.7%인 38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농심미분은 3남 신동익 부회장이 6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에 신 부회장의 자녀인 신승열씨와 신유정씨 등 오너가 2·3세가 100% 소유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공 및 스프 제조 등을 담당하는 농심홀딩스의 100% 자회사 태경농산의 내부거래 비중은 52%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매출 4133억원 중 2169억원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농심엔지니어링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3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의 내부거래를 막고 있다.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을 넘거나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이면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도 진행한다.

이러한 내부거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계열분리를 통해 몸집을 줄이는 것이다.

과거 GS와 LS 등으로 분리된 LG그룹 계열분리 방식을 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농심그룹 계열분리의 핵심은 율촌화학에 있다.

일종의 '스왑딜'(교환거래)로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맞교환 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신동윤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처분하는 대가로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매입하면 된다. 신동윤 부회장은 고(故)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율촌화학 지분 5.86%를 증여 받기도 했다.

농심홀딩스는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이 보유 지분을 신동윤 부회장이 확보하면 율촌화학은 사실상 신동윤 부회장 체제가 된다.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메가마트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신동익 부회장은 현재 메가마트 지분 56.14%를 보유하고 있다. 메가마트는 농심그룹 계열사 중 지분 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계열분리 작업이 쉬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계열분리가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겉으로는 계열분리가 이뤄지더라도 기존 거래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너 3형제들은 각기 다른 회사를 맡아 성장시키며 일감 몰아 주기 논란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심측은 이에 계열 분리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계열 분리와 관련해선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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