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금시장 변동 그래프
비트코인과 금시장 변동 그래프

불과 몇 년 사이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로 불리는 이것들을 모르면 꼰대, 외계인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현대는 모르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아닌, 모르면 배우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매일 휴대전화의 스팸 문자를 차단해도 주식투자, 가상화폐 등의 문자 폭탄이 쏟아진다. 정체가 무엇이기에 돈이 된다고 유혹하는 것인지 그 진짜 모습을 확인해보자.

최근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의 대부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의 거래가격이 5만불을 넘어서고 시가총액도 테슬라를 앞질러 1조달러를 돌파했다고 하니 투자시장에서 무서운 존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부분도 있다. 지난 2017년 2만달러를 호가하던 비트코인이 3천달러로 80% 이상 급락하고 거품이 빠지면서 수많은 파산자를 양산했던 악몽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너는 누구냐?

가상화폐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아닌 개인 또는 기업이 만들어낸 화폐를 일컬으며, 현존하는 대부분의 디지털화폐와 암호화폐를 통합해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비트코인’이라고 불리는 암호화폐이다. 물론 화폐라는 이름은 가지고 있지만 중앙은행이나 정부에서 인증하는 화폐가 아니므로 그 절대적 가치는 보장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개인간의 거래를 막을 방법도 없다. 돈은 돈인데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나고 사라진 가상화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거래소를 통해 정식으로 거래되는 종류만해도 2,500개 정도이니 정말 많다. 이중에서 진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을 찾기란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최초의 암호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으로 관심과 투자가 쏠리는 것이다.

투자열풍으로 뜨겁게 달궈진 비트코인은 2009년 익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가상화폐이다. 발행과 유통을 관리하는 중앙은행과 정부가 없어 오롯이 거래하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관리가 이뤄지며, 이의 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서비스로 거래소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비트코인의 개수가 총 2100만개로 한정되어있다. 그래서 그 희소성을 이유로 거래가 이뤄지고 가격이 정해진다. 물론 그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 가격에 사면 되고 그 가격에 팔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누구도 정확한 가격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재화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절대적 가치가 빠져 있지 때문이다.

비트코인
비트코인

 

그런데 토큰이 여기서 왜나와?

80년대를 지나온 세대라면 토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버스 요금의 지불 수단이었던 토큰. 버스정류장 근처 또는 정해진 판매처에서 현금을 주고 이 토큰을 사면 원래 요금보다 할인도 해줬었다. 시내버스 운영 시스템에서 이 토큰은 화폐로서 가치와 역할을 수행했으니 아날로그 시절의 가상화폐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정부가 그 절대적 가치를 정의하고 보장했다는 점에서 거래가격도 정해져 있었음이 달랐을 뿐이다.

그런데 가상화폐에서 토큰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현대의 가상화폐의 주를 이루는 것들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이 네트워크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재화로서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한다. 만일 너와 나 둘이서만 암호화폐를 사용해 거래한다면 그 가치는 없어진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이용해 만들어진 암호화폐들은 보다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하는데 그중 가장 활발한 것이 인센티브이다. 즉 세상에는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낸 방법이다. 인센티브를 주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이란 것을 보상으로 발급하는 것이다.

토큰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까?

토큰의 가치는 그것이 발행된 프로젝트에 의해 판단된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토큰이 있는 프로젝트 중 대부분이 네트워크의 암호화와 보안성에 기반을 둔 송금 환전 시스템이다. 사실 프로젝트의 유용성과 사용성을 검증해보면 그 중 85%이상은 그냥 시스템만 만들어 놓았다. 사용자가 없다는 것이다.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송금 환전용 서버와 앱을 갖추는데 불과 몇시간이면 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문제는 다음편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토큰의 효용성과 가치에 대해서만 설명하겠다.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것 뿐만 아니라 어떤 네트워크가 개발되고 참여자 또는 사용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공짜로 뿌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다. 네트워크의 유용성과 성능을 판단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기준이 없기 떄문에 가입자가 얼마나 되고 사용율이 어느 정도에 이르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공한 네트워크라면 수많은 사용자가 접속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된 분산원장의 네트워크가 효용성이 있다는 여론을 형성하게 되고 그것이 가치로 변하는 것이다. 처음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가치는 0달러였다. 그래서 공짜로 주변의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블록체인 기술의 채택이 증가하고 그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그 가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비트코인처럼 2100만개라는 한정된 네트워크 자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희소성이라는 요소가 작용하게 되고 그를 이용하려는 집단은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게 된다. 이것이 비트코인이 높은 가격으로 평가되게 된 원동력이다.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의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 이후 급발전의 물살을 탄 암호화폐와 그 파생물인 토큰들은 통화로서 효용성과 가치가 있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원활한 거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수익으로 챙기는 일명 거래소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암호화폐의 현물이라고 할 수 있는 토큰은 크게 통화형/유틸리티형/자산형/주식형으로 분류하며, 각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도 다르게 적용된다.

이런 수많은 토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비트코인은 ‘통화형 토큰’으로 실물 거래에서 화폐처럼 사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그 가치도 통화 및 재화의 저장수단으로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 양을 거래에서 기존화폐를 대신하여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평가 된다. 반면 이더리움은 ‘유틸리티형 토큰’으로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스마트 계약에서 전자서명과 내용의 보증, 보안성을 확보하기 위한 용도를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따라서 그 가치는 이더리움 토큰의 채택과 사용량에 의해 결정된다. 즉,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와 정보의 양이 기준으로 거래의 양 당사자들 사이에서 데이터를 ‘처리>검증>교환>보안’ 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의 신뢰성을 인정받았기에 사용량만큼 수수료를 기꺼이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이더리움 토큰 보유자는 실수요자에게 판매하고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수시로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특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이용한 자산형 토큰과 주식형 토큰은 최근 전자주식 또는 전자증권의 새로운 발행형태로 자리 잡게 만들었고, 그 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토큰의 가치도 변하게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및 파생된 유사 토큰들을 똑같은 암호화폐로 보고 단순한 투자의 대상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거래의 횟수와 총액에 따라 수수료로 수익을 챙기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등장으로 인해 각기 다른 유형의 토큰들이 가지고 있던 특징들이 왜곡되고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대중들은 모든 암호화폐가 똑같고 단순한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 부작용도 생겨나게 되었다. 그 배후에 투기성 조직의 개입이 있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판단이다. 이것이 암호화폐 및 가상화폐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남이 뛰어든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한다. 인터넷에서 비트코인은 10만달러를 호가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적은 뭘까?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가치를 부풀려야 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부자들이 부익부를 이루기 위해 사용해온 가장 간단하고 원초적인 행동원칙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그들이 어떤 근거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그토록 높게 평가한 것인지 아무도 검증하려 하지 않는다. 언젠가 중앙은행 또는 정부가 개입하여 통화형 토큰의 객관적 가치를 평가하는 순간, 지금의 거품이 빠지고 수많은 파산자가 생산될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시사경제 스케치 = 곽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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