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포장과 풍성하고 화려한 껍데기는 우리네 생활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배출하는 순간 지구에 한 층 더 높이 쌓이는 쓰레기로 전락할 뿐. 이러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에서 비롯된 색다른 환경보호 활동이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먼저 인간의 육류 섭취가 온실가스 배출과 직결된다는 사실에 주목한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이다. 한 가족이 일주일에 단 하루 고기를 먹지 않으면 5주 동안 자동차를 타지 않은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고기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면 자동차를 쉬게 할 수도 있다. 독일의 경우 자발적으로 자동차 사용에 ‘휴가’를 선언하는 운동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운행하지 않는 자동차에는 각종 환경오염 근절 문구를 적은 이불을 덮어 이웃사촌들에게도 ‘자동차 휴가’를 알리고 독려한다.

비슷한 예로 이탈리아에서는 역사지구 내 차량출입금지구역을 지정하고, 주차금지, 일방통행 등과 같은 교통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정한 요일에는 차량운행을 금지하는 제도도 있다. 도입 초기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차를 쓰지 않을수록 도시가 아름다워지는 것을 몸소 깨닫고 능동적으로 교통 제한 정책에 동참하는 추세다. 자동차를 대신해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 휴일을 즐기는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전 세계적인 동참을 이끌어낸 알짜 사례다. 영국 출신 리처드 레이놀즈가 처음 고안한 게릴라 가드닝은 쓸모없다고 여겨져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도시의 시각지대에 식물을 심고 가꾸는 운동이다. 도로변, 깨진 보도블럭 사이, 지하철에 비치된 재떨이 등 금지된 장소는 없다. 모든 빈 공간이 이들 자발적 게릴라들의 정원 가꾸기 영역이 된다. 약간의 흙과 씨앗 한 움큼만 있으면 무관심에 방치됐던 공간이 소박하고도 개성 있는 정원으로 변모한다.

비단 외국만의 문화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환경 보전을 위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 자동차 5부제, 빌딩 옥상을 녹색 텃밭으로 가꾸는 도심 속 옥상정원도 열풍을 일으켰다. 등산 스틱 대신 집게를 지참하고 산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클린마운틴도 국내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성화 됐다.

자발적 환경보호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면 오는 11월 10일 여의도한강공원 및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한강 플로깅 운동회에 주목하라. 한강 공원의 쓰레기 몸살을 해소하고 일상 속 환경보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사)문화재형사회적기업협의회(대표 장남경)가 주최하는 행동 변화 캠페인이다. 플로깅(plogging)은 ‘줍기’와 ‘조깅’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활동을 말한다. 플로깅 운동회는 걷기 코스와 달리기 코스로 구분되며, 플로깅 후 결승선에서 주워온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퍼포먼스로 진행된다. 쓰레기 골인 퍼포먼스와 버스킹 공연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환경보호 캠페인인 만큼 행사 전반에 걸친 쓰레기 줄이기에도 고심했다. 이에 따라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성 물품과 일회용품 사용은 지양한다. 재활요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홍보물은 지양하고, 사용한 현수막은 에코백 리사이클링으로 활용한다. 쓰레기 줍기용 봉지는 친환경적 생분해 비닐을 이용한다. 행사를 위해 제작한 이색 쓰레기통 역시 행사 후 처분하지 않고 다양한 장소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

주최측은 플로깅과 함께 한강 환경보전사업 ‘5깅 운동 : 줍깅, 찍깅, 알깅, 쓰깅, 보깅’을 주도한다. ‘찍깅’에도 활발한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유투브 허안나TV는 ‘한 달 만에 10kg 감량하는 대박 비법’을 공개했다. 한강공원을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 운동을 실천하는 영상이다. 달리다 멈춰 몸을 굽혀 쓰레기를 줍고 다시 달리는 동작으로 그냥 달리는 것에 2배에 달하는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투브 쌍둥이TV에서도 KBS 개그콘서트로 얼굴을 알린 이상호, 이상민 형제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를 줍고 분리 배출하는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한강 환경과 생태, 그리고 쓰레기 문제를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알깅’ 교육사업과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화분을 만드는 ‘쓰깅’ 업사이클링 체험도 행사기간 내내 펼쳐진다. 예술그룹 ‘곧[곳]’이 기획한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예술작품 만들기 ‘보깅’ 프로젝트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을, 혼자 달려도 좋고 연인 혹은 친구와 함께 달려도 좋은 플로깅이다. 자녀와 함께 달린다면 어떨까? 거창한 환경보호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상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태도를 지닌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낙엽 사이 비닐봉지, 나뭇가지 사이 빈 캔, 벤치 위의 커피 컵 등 제 용도를 다한 폐기물들이 시민들의 애정 어린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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