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를 놓고 자유한국당이 정부 당국의 고의적인 축소·왜곡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관계 당국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영구정지 결정을 내린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가 조기 폐쇄를 위해 고의로 축소·왜곡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주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 폐쇄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사회 한 달 전인 그해 5월 삼덕회계법인은 한수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계속 가동하는 것이 1778억 여원 이득”이라고 분석했다는 것.

정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보고서 초안에서 “이용률 70%, (전력) 판매단가 인상률 0%에서 계속 가동하는 것이 1778억 여원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용률 70%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라고 했다.

보고서는 또 경제성이 ‘0’이 되는 원전 이용률(손익분기점 이용률)을 30~40%로 산정했다. 이용률이 30~40%만 되도 즉시 정지하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2018년 5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삼덕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한 뒤 이용률·판매단가 인하 등 경제성 평가 전제 조건이 변경돼 나온 최종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급전직하(急轉直下)했다.

최종 보고서는 “중립적 시나리오(이용률 60%)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즉시 정지하는 것보다 224억 여원 이득”이라고 밝혔다. 원전 이용률을 초안보다 10%포인트 낮은 60%로 봤고, 손익분기점 이용률은 54.4%로 높여 잡았다. 1kWh(킬로와트시)당 전력 판매 단가는 초안에서 60.76원이었지만, 최종 보고서에선 2022년 48.78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대폭 하락했다.

정 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지표를 실제보다 턱없이 불리하게 왜곡·조작했음이 드러났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은 한수원이 감추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철저히 감사해 월성 1호기 경제성 왜곡 조작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산업부는 “한수원, 회계법인에 대해 경제성평가의 기준이나 전제를 바꾸라고 압력을 행사하거나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회계법인은 객관적인 기준과 사실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경제성평가 입력변수를 결정,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부, 한수원, 회계법인간 회의는 회계법인이 경제성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기관의 의견청취 목적으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한수원도 해명에 나섰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고의로 축소·왜곡·은폐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경제성평가는 결과의 객관성, 중립성, 신뢰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수행한 것으로, 회계법인은 경제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의 확보, 해석 및 적용에 있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 대해 한수원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회계법인은 합리적 사실과 인터뷰, 실무자 확인 등을 거친 내용에 기초해 자체적으로 경제성평가 입력변수를 결정해 분석했다”며 “회계법인이 도출한 결과는 이후 회계전문 교수 및 제3의 회계법인의 자문·검증을 다시한번 거치는 등 경제성평가는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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